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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해상운임.. 대기업마저 선박 찾아 삼만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26
조회수 161 첨부파일  

치솟은 운임에… 대기업마저 선박 찾아 삼만리

[머니S리포트-초유의 ‘선박 대란’①] “컨테이너 당 100만원 더 내” 외국선사 일방적 통보

편집자주|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의 끝은 어딜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상승이 국내 해운사와 수출기업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수출 기업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변수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이끌고 있는 국적선사는 모처럼 호황기를 맞았지만 정부의 호출에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바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 화장품 중소기업 A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납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수출을 제때 못하고 있다. 선박을
구하기 위해선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납기일을 못 맞춰 해외 바이어로부터 계약 취소 통보까지 받았다. 주요 계약처를 잃을 수 있어 지난해보다 10배 비싼 운임을 지불하고 항공편으로 보낸 적도 수차례 있다.

# 선사와 장기 계약을 맺은 중견 가전업체 B사는 매일 스폿(단기 거래)으로 제시되는 선복(해운서비스 물량)
을 기다리고 있다. 선사가 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웃돈(프리미엄)을 주는 단기 물량 중심으로 선복을 배정하고 있어서다.



美 노선 운임 매주 ‘사상 최고’



‘코로나 불황’을 뚫고 글로벌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선박이 부족해 국내 수출업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해운·항공화물 운임이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면서 기업이 물건을 옮길 배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주 노선 운임은 2012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아시아~미주 서안 운임지수는 3887, 아시아~미주 동안 운임지수는 4676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아시아발 미주 서안은 138%, 동안은 67% 올랐다.

운임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급등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국경 봉쇄로 인한 물동량 감소를 우려한 해운사는 선복량을 20∼30% 정도 줄였다.

이에 더해 미국 기업의 재택근무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쇼핑이 늘었고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지원금을 풀며 세계 공장인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이 급격히 늘었다. 최근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압박이 심해질 것을 우려한 중국기업이 선박 선점에 나서면서 부산항에선 배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선사는 물량 90%를 중국에서 싣고 나머지를 부산항에서 채워 미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에서만 100%를 채울 수 있어 굳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계약 파기 속수무책


급등하는 SCFI 지수. /그래픽=김영찬 기자
‘물류 대란’이 5개월간 이어지며 자본력이 약한 국내 중소 수출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바닥을 찍었던 수출이 살아나고 있지만 미국으로 보내는 화물 25%에 대해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당 약 100만원을 추가로 내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일부 선사의 영업행위에 기업은 혀만 내두르고 있다.

수출길이 막힌 곳은 기계·자동차 부품·섬유·화장품·전자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등은 기존 계약 운임에 추가 할증료를 지급하는 데도 선박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화장품중소기업수출협회(KCEA) 관계자는 “컨테이너 하나를 빌리기 위해 2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배편 구하기에 혈안이다. 장기운송계약을 파기하는 해외 선사가 속출하며 계약의 의미가 무의미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0월 접수된 기업의 해운 관련 민원은 40건에 달했다. 대기업 민원도 다수다.

그나마 자본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항공과 철로를 통해 대체운송을 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셀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해 유럽으로 보냈다. 이 회사처럼 해운 운임이
높아진 이후 철로 운송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물류기업 ‘판토스’에 따르면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운송 물동량은 올 1월 300FEU에서 10월 1500FEU로 5배나 급증했다. 

C가전사는 전통적인 연말 성수기를 맞으며 전체 물량의 20%를 기존보다 50% 인상된 해상 운임에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연간 계약 물량 외 추가 물량은 시세로 치르는 셈이다.



내년 운임도 ‘高高’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단기간에 물류대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부는 국적선을 월 1척 이상 추가 투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물동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기업으로부터 관련 민원을 받고 있으나 운임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운임 상승세가 다른 노선으로 확대되며 기업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동남아 운임지수는 13일 기준 728로 한 주 전 대비 53.2%나 급등했다. 특히 아시아 노선에선 물건을 담을 컨테이너 박스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업체가 담합을 통해 컨테이너 박스 1개당 1700달러였던 가격을 2700달러로 올렸기 때문. 초대형 컨테이너선(2만4000TEU)의 척당 가격이 1700억원선인 것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이커머스와 반발성 소비 증가가 선적 수요를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며 “컨테이너 박스 수급은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